이번에도 역시 상세한 사전 탐색도 없이 덜컥 신청하고 달려간 경우이다.
쿠퍼에서 하는 행사라면 무엇이든 배울 게 - 퍼실리테이션 측면에서 -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은 나는 시간과 여건만 가능하다면 이렇게 한 걸음에 달려가곤 한다.
역시 결론은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비록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또 세련된 연기도 감상할 수 없었지만
청인과 농인이 함께 만든 연극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란 듣기도 하지만 보기도 한다"
'소리를 본다'라는 모티브는 매우 신선하고 또 인상적이었다.
그 매개체로 풍물을 등장시킨 것 역시 절묘했다는 생각이다.
곰탱이 무작정 두드려대는 괭과리 소리에 곰사는 귀가 아프다고 짜증을 낸다.
하지만 곰탱은 수어로 이렇게 얘기한다.
"너는 귀가 아파?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여기(마음)가 아파...."
마지막 풍물패의 피날레 공연에서는 괭과리 뿐만 아니라
징과 장구 그리고 북 등 사물이 모두 등장한다.
좁은 소극장 공간이다보니 그 소리가 여간 큰 것이 아니었지만
시끄럽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상쇠의 손 끝에 온통 시선을 고정하며,
함께 움직이고 장구를 치고 있는 곰탱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다른'이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공연 후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연출자 서화 선생님과 곰사 김희준군과의 뒷풀이를 자정이 넘도록 하면서
이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 담겨 있는 많은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청인과 농인의 소통은 역시 소리(또는 말)였다.
단지 어떤 이는 듣고, 또 어떤 이는 볼 뿐이다.
2017. 2. 25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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