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과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을까?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 이란? 사람이 다른 사항의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행위의 원인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시작되며 지능을 가진 존재의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츠 하이더(1958)는 이러한 원인을 명확하게 이해, 분석하려는 행동을 발견하고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을 제안하였으며 성향(내적)/상황(외적) 요인으로 이분해 설명했다.
예컨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홍길동)이 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으로 귀인할 수 있다.
- 성향귀인(내적) : 홍길동은 외부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홍길동은 자신의 몸매에 대하여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다.
- 상황귀인(외적) : 홍길동은 주변사람 혹은 상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홍길동이 일하고 있는 업무현장에서는 뚱뚱한 사람을 전문가로 보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가 제안한 이론처럼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에 대하여 두 가지의 관점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성향귀인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되고 상황귀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를 만들어내곤 한다.(Ross,1977)
데이비드 나폴리탄과 조지괴달스(1979)가 수행한 실험은 이러한 오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윌리엄스대학의 학생들에게 한 번에 한 사람씩 젊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였는데, 젊은 여자는 냉담하고 비판적이거나 따뜻하고 친절하게 연기하는 실험협조자였다. 사전에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여자의 행동이 자발적인 것이라고 알려주었으며, 다른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여자가 친근하게(또는 냉담하게)행동하도록 지시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후 여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상을 확인해본 결과 상황(친근 혹은 냉담하게)을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사람의 역할일 때에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고 추론하였고 냉담하게 행동할 때는 정말로 냉담한 사람이라고 추론하였다. 즉 여자의 행동이 상황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성향에 귀인하였던 것이다. 슬럿워크(slut walk) 운동을 촉발시킨 경찰관의 발언 또한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1월 캐나타의 경찰관 마이클 생귀네티가 포럼에서 한 말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성범쥐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매춘부(slut)처럼 옷을 입어서는 안되다'라는 이야기로 부터 촉발되었다. 이 경찰관은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해 '옷을 야하게 입었으니까', '평소 행실이 문란하니까' 라며 원인은 그 사람에게 있다는 식의 분석을 하였으며 상황의 원인이 그 사람의 성향(내적요인)에만 귀인한다는 근본적 귀인오류의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왜 오류(편향)가 발행하는가? 심리학 연구자들은 관찰자의 주의가 향하는 곳, 혹은 지각적 특출성(Perceptual Salience)에 의해 이러한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즉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행동을 하는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반면,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적 요소'에는 주의를 두지 않기 때문에 '기질적인 내적요인'으로 쉽게 귀인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행동에 대한 귀인의 방향은 위의 상황과 반대의 방향, 즉 상황적 요소에 귀인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예컨데, 타인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은 모습을 보일 경우 '그 사람의 집중력이 낮거나 과정에 흥미가 없을 것이다(성향/내적)' 라는 성향에 귀인하지만 내가 수업에 집중하기 못할 때에는 '나는 어제 몸이 좋지 않았고, 잠을 많이 못자서 그래'라는 상황에 귀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나와 타인에게 다른 귀인 과정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아존중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잠(self-esteem)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면 자존감을 높이고 유지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성공 경험에 대해서는 기질이나 성격같은 내적인 요소에 귀인하며 실패에 대해서는 상황적인 요소에 귀인하려는 자기 고양적 편향(혹은 이기적 편향, self-serving bias)의 경향을 보인다.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말인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야 말로 이러한 경향의 정확한 예시이다.
귀인 이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귀인 이론은 발생한 상황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에 대한 관점(혹은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은 '후속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의미하다.
예를 들어, 내가 처한 상황의 원인을 성향(내부)으로 보는가 상황(외부)로 보느냐에 따라 후속행동(문제해결 방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 또한 적용이 가능한 관점이다. 즉 가난이나 실업등의 사회문제를 그들의 게으름으로 볼 것인가(성향/내부)와 사회적 저성장기(상황/외부)로 볼 것인가에 따라 매우 다른 해법이 적용 될 수 있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과의 연관성은? 근본적 귀인오류 등과 한쪽으로의 편향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이라면 워크숍의 현장에서 퍼실리테이션 과정은 이러한 근본적 귀인오류나 편향 등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큰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워크숍 진행 과정의 기본 구조인 '발산-탐색-수렴-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발산과 탐색 그리고 효과적인 수렴(평가)의 과정은 참여자 개개인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편향들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충분한 논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이러한 논의는 완성도가 높은 수준의 결과물로 반영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개개인간의 오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서적 갈등요소'들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맺으며 귀인이론이 이야기 하는 오류와 편향적 사고의 흐름은 사람이기에 갖고 있는 당연한 특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편향과 오류의 부딪힘을 다툼이 아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관점으로 보았을 때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보유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지리라 생각된다.
[출처] -David G.Myers, C.Nathan DeWall지음,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 제11판], 시그마프레스(2016), 302p -김남희 충남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집필, 네이버 지식백과 [귀인이론] * 반영조직의 저자 구기욱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조직이 실현하는 민주주의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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