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이해

[펌] 이재연교수 인(IN) 심리학 : 마음의 노안(myopic thinking), 부부 회복이 먼저입니다

더디맨 2016. 11. 8. 19:56

삶의 책임을 마음에 이고 있는 부모는 늘 자녀 생각 앞에서 멈춥니다. 


자녀를 우주라도 되는 양 머리 속에 별을 채우고 늘 우주정거장 없이 떠돌며 은하수를 맛봅니다. 부부끼리는 질문도 없이 적막함을 찾아 나서면서... 사랑보다는 우정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자녀 앞에서는 생각을 씻고, 진리를 입고, 시선의 끝에 치밀한 계산의 손끝에 입을 맞추며 굽실거립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자녀에 대한 욕심이 마음의 노안(myopic thinking)을 손짓하며 어서 오라고 재촉합니다. 볼 것을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는 식물부모가 되어서 오히려 육식을 즐기려고 꿈의 정육점 근처를 배회합니다. 부모라는 이름의 옷을 입고, 자신들이 추하게 늙어가도 자식만 별이 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만 곱게 늙어가는 생각이 자연미 하나 없는 사막 같은 마음을 만들어 버립니다. 머릿속에 가녀린 초상화 하나 걸어 두었을 지라도, 마음만큼은 시인 하나 두고 벗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가 신체적으로 독립했을 때 부부의 회복도 건강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조용히 마음에 귀 기울이면 내 안에 음치가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녀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만, 내 아내와 내 남편의 소리는 머리는 물론이고 마음의 문에 조금도 들어오지 않도록 닫아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기쁨을 듣지 못하는 슬픔만 가득하게 됩니다. 사랑을 듣지 못하는 미움만 형성됩니다. 믿음을 듣지 못하는 불신만 생깁니다. 들어야 열리는 마음의 문은 부부 서로의 귀부터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들어갈 소리가 있습니다.


자녀들만 반기지 말고 부부는 서로를 채워주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 세월 떨어져 있다가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안아주기(hugging) 입니다. 상대방을 잡아당겨서 내 마음 속으로 넣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소리 지르기(shouting)를 통해 자기 자신을 진정시킵니다. 마음 속 내가 너무 떨려 놀랄까봐 소리를 지르면서 미리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등을 두드리거나 어루만집니다(touching). 그립고 그립던 사랑을 만지면서 꿈이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립니다(dropping tears). 웃음으로는 사랑이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에 눈이 눈물로 대답해 줍니다. 갑자기 바라보면 또 사라질까봐 천천히 확인하라고 눈물이 가려주는 것입니다. 


부부와 가족은 늘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몸이 떨어져봐야 압니다. 한 집에 있을 때 '더 안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 내 옆에 있는 게 기적이라는 사실에 '소리 지르지 않았던‘ 나의 무덤덤함을 알게 됩니다.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기 때문에 만져보지도 않으면서 만지고 있는 척 착각합니다. 매일 보기 때문에 눈물 대신 짜증으로 인사했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총 맞듯 인정하게 됩니다. 


부부는 매일 멈춰있는 서로의 심장에 인공호흡을 해야 합니다. 서로 뜻하게 안아서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야 서로의 심장이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부는 하나의 심장입니다. 부부에서 부모가 되면서 심장을 자녀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서로 심장을 나눠가진 가족은 서로의 심장을 모아야 살아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나(I)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내 안의 힘든 것은 참는 것이고, 외부에서 힘든 것은 견디는 것입니다. 그래서 풀어야 할 대상도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까지 답답함을 꾹꾹 눌러온 내 안의 마음도 풀어야합니다. 다른 하나는 또 하나의 나(I)인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풀어야 모두 해결이 됩니다. 


내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하루 중에 혼자만의 ‘시간’을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또 ‘익숙한 장소’를 벗어서나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봐야 합니다. 방이나 집에 있다 보면 부부 서로가 힘들어질 때, 이전에 부정적으로 경험했던 물건이나 대상을 통해 감정이 전이되어서 부정적인 감정덩어리가 되어 버립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그 장소를 잠시 벗어나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생각을 치료하려면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대상들을 떠나야 합니다. 겉은 단순하고 속은 복잡한 곳에서는 절대 치료가 안 됩니다. 반대로 겉은 복잡하지만 속이 단순한 곳에 가야 생각도 마음도 치료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선만 가득한 도시 같은 곳은 겉은 단순 하지만 그 속은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소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자연에 가면 곡선이 많습니다. 파도는 굴곡과 파열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바람은 투명망토를 입고서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닙니다. 숲은 수많은 나무들을 품고 있지만 엄마의 품처럼 사랑의 향기로 복잡한 마음을 씻어 줍니다. 그래서 여행이 치유가 됩니다.


생각의 치료는 어렵지 않습니다. 메스나 약이 아니라 다른 생각만 해도 마음에 새살이 돋습니다. 이전의 생각을 내려놓고 땅에 묻기만 해도 상처 난 그 자리에는 고요와 평온의 꽃이 피어납니다. 그것이 변화입니다. 그렇게 피어나는 꽃이 나를 숲으로 이끌고 향기 나게 만듭니다. 물론 마음의 변화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부부의 마음변화를 위해서는 ‘대화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결혼 후 부부사이에 ‘대화시스템’은 너무나 쉽게 화석화되어 버립니다. 자신도 모르게 부모에게 받은 틀(frame)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굳혀버립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수가 됩니다. 이러한 부부사이에 대화방식의 약속을 미리 정해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에도 '문'이 있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남편들은 이 문을 열고 닫는 훈련이 잘 안됩니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남자답게’ 말하라고 무의식적으로 압박받는 경우도 많고, 특히 군대에서 '다,나,까'같은 감정 없는 말의 문을 열고 닫는 훈련을 2년 가까이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살면서 남자들의 심리에 잠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결혼해서 가장 아껴줘야 하고 사랑해 주어야 할 아내와 대화를 할 때, 감성과 감정을 조절하면서 열어야 할 ‘말의 문’을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노크도 하지 않고 열거나, 아내의 논리적인 말에 쉽게 말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남편들은 문을 닫아버려서 말이 나오지 않고, 반대로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남편의 경우 또는 아내의 경우, 부부가 서로 안아주고 약속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말문을 열 때와 닫을 때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열 수 있도록 열쇠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에게는 이렇게 말해줘~’라고 서로가 원하는 방식을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주고받은 상대방의 열쇠를 가지고 말의 문을 열어야 그 안에 있는 마음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해야 하나요', '저만 하다가 지치면요...' 또 가슴에서는 억울함마저 듭니다. '왜 나만 이렇게 해야 하나...‘


그런데 놀랍게도 남편과 아내가 세 달 이상 매일 서로가 나눠가진 말의 열쇠로 훈련하면, 말의 문과 마음의 문이 열린 사람이 먼저 변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의 문을 노크하고 마음의 문을 자주 열어본 사람부터 먼저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에 건강한 시스템이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부부는 서로의 생각과 마음의 그릇이 커지게 됩니다. 담을 것이 많아집니다. 그러한 사랑의 그릇에 자녀를 담아야 진정으로 잘 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과 부부의 그릇이 건강하게 갖춰지면, 내가 주는 감사를 상대가 받는 안 받든 자신 스스로가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가지게 됩니다. 나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먼저 인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노안이십니까. 그럼 오늘부터라도 서로 사랑의 안경을 끼는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by 이재연(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세종시 휴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