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이해

[펌] 이재연교수 인(IN) 심리학 : 가족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더디맨 2016. 9. 19. 17:06

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 엄마를 안전기지(secure base)로 여깁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뢰(trust)하는 존재가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가 없으면 세상과 타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충분한 애착(attachment)을 가지지 못한 아기는 '신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불신(mistrust)을 가지게 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려고 할 때, 심하게 울면서 안 가겠다고 때를 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당연한 것입니다. 1951년대 영국의 정신과 의사였던 존 볼비는 유아발달에 있어서 유아와 엄마의 관계가 친밀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신체적 위생을 가지는 것처럼 정신적 위생의 기초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만약에 모성애를 줄 수 있는 대상과의 관계가 없다면 유아는 인격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모성적 보육의 상실(maternal deprivation)'이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온화한 분위기를 받지 못한다면 아기는 정신적 발달에서 타인에게 줄 자신의 온화함이 없기 때문에 관계형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어야 타인에게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태어나는 스스로 자신 안에 만들어 넣을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사랑도 아픔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부모가 아기 안에 넣어 주는 것입니다. 성장하면서 부모가 담아준 형태는 타인을 만나고 관계 맺을 때 그대로 주고 받는 시스템을 가지게 됩니다. 청각적으로 시각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떠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전달해 주었냐는 아이가 나중에 성장해서 타인과 어떻게 자극을 주고 받냐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엄마라는 존재는 아기에게 있어서 '기지(base)'입니다. 보통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집과 같은 것이 바로 '기지'입니다. 비행기에 기름도 채우고 정비도 하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고 임무를 수행하고 되돌아와서 다시 기름도 채우고 문제가 없는지 다시 정비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기지에서 이루어 집니다. 이와같이 아기들은 태어나서 엄마를 가장 '안전한 기지(secure base)'로 삼고 세상으로 나가 탐험을 합니다. 만약 기지에서 충분하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절대로 세상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비행기가 충분하게 기름을 공급받고 정비도 받아야 완벽하게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아이도 엄마라는 기지에서 정신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야 세상으로 나갈 힘이 생깁니다. 엄마와의 정신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개념을 바로 '애착(attachment)'이라고 합니다. 아기가 엄마와의 애착의 욕구를 충분하게 채워야 사랑을 받은 것이고 세상에서 최초의 대인관계를 건강하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엄마에게서 충분히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면 최초의 대인관계가 부정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이 영향은 아이가 성장해서 타인과 2차적인 대인관계 그리고 또 다른 3차적 대인관계를 할 때,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해서 미쳐서 신뢰보다는 불신을 먼저 하게 되고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회성이 부족하게 됩니다.


1940년대에 정신과 의사였던 르네 알파드 스피츠(Rene Arpad Spitz) 박사는 2차 세계대전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기들에게 '모성박탈(maternal deprivation)'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엄마를 잃고 4개월 이상 보호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들은 두 살이 되기 전에 대부분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엄마와 정서적으로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촉각적으로 주고 받는 돌봄(caring) 자체가 없다면 아이들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입니다. 살아 남더라도 지능 및 정서 발달에 문제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엄마를 잃은 아기들은 울음 자체도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울지 않는 아기도 있었지만 우는 힘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아기들에게 있어서 우는 것도 하나의 발달과정에 중요한 모습입니다.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아기들은 울음(crying)을 통해 엄마와 소통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울음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 아이가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도 결정하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한 요소인 울음을 듣기 싫어하고 짜증내 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더 큰 소리를 지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아기가 가져야할 긍정적인 애착을 받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아이는 성장해서 타인과 대화보다는 화와 분노와 같은 울음과 흡사한 형태의 에너지를 자주 폭발시키게 됩니다. 어려서 채우지 못한 반응을 자신도 모르게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으로 풀어버리게 되는 거입니다.


또한 이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도 잘 움직이지 못했고 머리를 계속 흔들거나 손을 떠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적 성장은 엄마에게서 주어지는 모성애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실제로 캥거루 동물이 자신의 아기 주머니에 새끼를 낳아 완전히 엄마와 피부접촉을 통해 키우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실제로 엄마와 아기가 서로 가슴과 배를 모두 접촉해서 안고 돌봐주는 모습을 바로 캥거루 케어라고 합니다. 이렇게 엄마들이 아기들을 캥거루 캐어하게 되면 미숙아들의 사망률도 줄어들게 됩니다. 미국 CBS의 보도에 따르면, 2010년 3월에 호주 시드니의 작은 마음에 살고 있던 케이트 오그라라는 엄마가 임신 27주 만에 쌍둥이를 분만했습니다. 이 중 한 아기가 체중이 1kg도 되지 않았고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의 노력에도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 엄마 케이트는 아기를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고 캥거루 케어를 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 후에 아이의 숨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엄마로부터 충분하게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는 아기들은 식욕과 수면욕의 문제부터 발생합니다.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을 겪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밥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체중은 자연스럽게 감소되고 발달도 지체됩니다. 엄마에게 충분히 의존하고 지지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나 엄마라는 안전 기지를 상실하게 되면 아기들은 우울증에 걸리게 됩니다. 이러한 우울증을 '의존 우울증(anaclitic depression)'이라고 합니다. 보통 처음 태어나서 6개월 정도 엄마와 아기가 충분히 관계성을 경험해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분리(separation)가 길어지면 아기는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느껴서 의존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세상에 엄마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든든한 아기의 기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을 먹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준비하고 또 준비한 후에 아기와 만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채 아이와 만나게 되면 아이의 모든 것이 엄마에게 오히려 아픔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 때는 아기도 의존 우울증을 가지게 되지만 엄마도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을 가지게 됩니다.


산후 우울증에 걸린 엄마들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 보면 화가 나요." "아기가 귀찮게 느껴져요.", "모유수유를 하면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나요.", "아기 우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아요." 이런 모든 감정들은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자아를 깨트리게 됩니다. 아직 엄마의 가면(페르조나)을 쓸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아이 때문에 강압적으로 엄마의 가면을 쓰려니 답답해서 자신의 본 얼굴(자아)이 땀이 나고 힘이 들어서 견디기 힘든 것입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자아가 상실된 채 엄마의 가면을 쓰고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이 때 느끼는 분노를 풀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아기에게 감정을 전부 전이시키게 됩니다.


우울은 영어로 'melancholy(멜랑콜리)'라고 합니다. 이 단어의 'melan(멜랑)'은 그리스어 입니다. 뜻이 '검은색(black)'을 뜻합니다. 마음과 몸 모든 것이 어둡고 검게 변하는 것입니다. 뒤에 있는 'choly(콜리)'는 담즙을 의미합니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blood)에는 흑담즙이 있습니다. 이 흑담즙이 많이 나오면 우울증을 겪는다는 의미에게 생겨난 말입니다. 우울이 머리에서 발 끝까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검게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머리가 어두워지면 정신적으로 희망과 기쁨을 맛보지 못합니다. 아기를 내 눈앞에 두고도 기쁘지가 않는 것입니다. 눈도 어두워집니다. 아기가 웃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나의 슬픈 모습만 떠올라 아이도 그렇게 울고 있는 모습만 대입시켜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눈이 어두워지면 마음의 눈도 흐려집니다. 답답해 지는 것입니다.


1949년에 위스콘신 대학교의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교수는 생물학적인 배고픔보다 정신적인 배고픔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새끼 원숭이를 두고, 두 종류의 엄마 원숭이 중에 어떤 엄마 원숭이에게 가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철사로 만들어진 엄마 원숭이에게는 가슴에 먹을 것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헝겊으로 만들어진 엄마 원숭이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새끼 원중이는 주저하지 않고 철사로 만들어진 엄마한테 가서 배를 채운 후 험겊으로 만들어진 엄마원숭이에게 가서 나머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이것을 '접촉위안(contact comfort)'이라고 합니다.


애착(attachment)과 접촉위안(contact comfort)는 같은 표현입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unconsciousness)이 핵심이고 심리학에서는 내면아이(inner child)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 같은 개념입니다. 아기가 엄마에게서 태어나 자라면서 무의식과 내면아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형성하는가의 문제는 바로 애착과 접촉위안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까요. 바로 애착과 접촉위안은 자녀세대에게 그대로 전달되어서 대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물림되는 애착시스템과 접촉위안 시스템은 행복도 물려주지만 불행도 계속해서 물려주기 때문에 집중해서 긍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세대간 전수과정(multigeneration transmittion process)은 최근 미국 심리학자인 메리 메인(Mary Main)에 의해 연구되었습니다. 다 자란 성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본인의 원가족 부모에게서 어떻게 애착을 경험했는지 연구를 했습니다. 또 현재 자신의 자녀에게 어떤 애착형태를 주고 있는지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거의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애착의 형태와 현재의 자신이 자녀에게 주고 있는 애착의 형태를 비교했을 때 70프로나 일치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일치하는 애착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수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고정되어 있거나 화석화(fossilization)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부정적 애착과 애착의 상실을 지금 나(I)는 내 자녀에게 새로운 애착의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희망이고 기쁨입니다.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바꾸고 자녀의 눈을 바라보며 최고의 사랑을 부드러우면서도 진심을 담아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by 이재연(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세종시 휴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