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중요 사안에 대해 회의를 한다는 것은 정보를 다루기 위한 회의다. 객관적인 정보들을 기본 자료로 사용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예상되며 유의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가 주된 회의 내용이다. 여기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대화로 인지되기 쉽다.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대화 상황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려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TFT를 꾸려야 될 것 같습니다”
“TFT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현재 팀별로 연말 결산 때문에 바쁜 상황이라 인원 배정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잘 알지만 중요한 사업이니까 서로 힘을 좀 써봅시다”
“그래도 요즘 팀별로 야근도 많은 상황인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일수록 힘을 내줘야 프로 아니겠습니까?”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 수당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어떻게 더 힘내자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 회사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여기는 회사입니다. 맡겨진 일은 해야죠”
“네..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두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사업을 위해서 TFT를 만드는 것에 동의하십니까?”,“현재 과중된 업무로 인해 겪는 직원들의 노고를 케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두 가지 질문에 NO라고 답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충분히 사업의 중요성과 직원의 웰빙 케어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위의 대화에서는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로 갈등이 발견되는 것일까?
흔히 일상 대화에서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같은 의견을 가졌음에도 표현 방식, 대화의 순서, 뉘앙스에 따라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런 갈등은 ‘내가 신경쓰고 있는 부분에 대해 나만큼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오해에서 출발한다. 사실 ‘So What?’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 단계에서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면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게 될 이야기다. 여기서 핵심은 ‘감정’에 있다.
우리는 복잡한 인지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매우 객관적인 사실을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하면서도 그것에 감정을 느낀다.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이 없는 골목을 들어설 때 ‘두려움’,‘공포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다. 해당 상황을 인지하면서 주관적인 해석과 느끼는 감정이 섞여 만들어낸 결과다. 하물며 대화에서는 즉각적이며, 직접적인 감정들이 실시간으로 오간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회의에서 객관적 정보를 충분히 주고받아야 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시도하려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는 사람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의 교류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 교류는 단순히 ‘착하게 대해라’,‘이해하려고 해라’ 등 태도에 대한 부분만은 아니다.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해당 사안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지, 진행과 관련하여 보이지 않는 감정선들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등 사람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감정적인 오해, 서운함, 감사함, 어려움을 충분히 공식적으로 확인시키고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감정의 대화가 있어야만 한다.
당연한, 맞는, 올바른, 정확한, 확실한, 확인된, 마땅한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상대방 또는 회의 참여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면 감정의 대화가 충분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은 언어를 다루는 부분과 다르다. 우리는 일상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하면 안될 것 같아. 옳지 않은 것 같아“와 같이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감정적으로 판단과 동기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분명 있다. 회의에서 감정의 대화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새해가 다가오는 지금 직장의 회의와 일상에서의 대화 안에 풍부한 정보와 감정의 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는 것은 열린 마음의 실천과 효과적인 대화를 체화하기 위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