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터로서 방향을 설정하고 난 이후 저의 가장 큰 도전과 미션은 ‘일상을 퍼실리테이션’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일상이 퍼실리테이터로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살아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다산이 말했듯 자신 안의 수많은 병통을 깨뜨리면서 ‘살아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저의 경우는 후자로, 그렇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때로는 살아가고 싶은 모양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조금은 나아가는 모양에 하늘 끝 모를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아직도 솟아오름과 무너짐의 격차는 크지만, 제 안에는 아직 저 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작은 변화여서 아직은 혼자만 아는 비밀이죠. 바라기는 이 변화가 저만 아는 것이 아니라 제 옆에 함께하는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과 동역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번져나가 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서게 되었을 때 직면하게 된 어려움이 무엇이었나요? 혹자는 스킬, 철학과 태도, 지식과 정보 등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모든 것이 어려움이 되지요. 저의 경우는 라포와 인터렉션의 어려움으로 자연스럽게 워크숍에 몰입하게 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관계지향적인 성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이 직면하게 된 어려움이었다면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러한 ‘불편한 직면’은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나,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돌아보았을 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성향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것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임을 알게 되었죠. 같은 방식으로 이니셔티브를 들었다면 기억할 “QLES"도 자신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질문하던가? 나는 어떻게 경청하던가? 나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높이던가?’ 등의 질문을 하면서 내 생활의 단서 조각들을 찾아보게 되고, 하나씩 적어 내려가면서 생각과 관점을 바꿔보는 훈련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소에의 작은 훈련들이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 베이게 되면 그 맛이 자연스럽게 워크숍에도 우러나길 기대하면서요. 때로는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나 어려움들이 홀로의 문제같아 막막한 마음도 들지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훌륭한 퍼실리테이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쿠퍼네는 우리 일상에서 보기 힘든 퍼실리테이터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자 흥이 넘치는 부족입니다. 이 곳에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너무나 훌륭하게 걸어가고 있는 스승 퍼실리테이터들도, 함께 부딪히면서 또 응원하면서 걸어가는 수많은 동료 퍼실리테이터들도 있습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함께 공유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꽤나 신바람 나는 일이죠. 어쩌면 저 혹은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삶이 반드시 ‘퍼실리테이션’이라고 이름 지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우리 생활의 단면을 너무나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우리의 숙제는 워크숍 그 한 장면을 직면하는 것 이전에 우리의 일상을 직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도 함께하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나는 하루, 또 한 주간의 시작입니다. 변화의 시작은 나에게서, 일상 속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을 느끼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날들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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