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오픈백과] 퍼실리테이션과 유사 퍼실리테이션의 구분
최근 들어 퍼실리테이션이 새로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소통의 기술인 퍼실리테이션이 널리 알려지고 활용되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에 편승하여 이름만 배껴 쓴 유사 퍼실리테이션 또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퍼실리테이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그 유용한 상황에서 조차 실제 퍼실리테이션을 행하지 못하고 유사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여 일을 그릇치는 일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하여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린다.
1. 퍼실리테이터의 믿음
퍼실리테이션은 리더 또는 전문가가 아닌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여자 또는 조직의 구성원이 능력이 모자라다거나 이기적인 존재로서 싸움만 하는 사람이어서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는다면 퍼실리테이션이 설 땅은 없다.
이 경우에는 참여자 또는 구성원을 계몽하고, 치료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답을 주고 그렇게 따르도록 지도하는 것이 맞다. 이 때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지도(코칭), 지시, 컨설팅, 티칭, 훈계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퍼실리테이션를 필요로 할 때는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현명하게 해결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할 때이다. 이 때 리더는 그들을 가르칠 필요도, 정답을 제시할 필요도, 훈계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중립자의 위치에서 지원해 줄 뿐이다. 그들은 신뢰하지 않는다면 리더는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가르치거나 답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2. 개입과 중립성
참여자와 구성원을 믿는다는 것이 그냥 두면 스스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퍼실리테이터(또는 퍼실리테이션 하는 리더)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 때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은 가르치거나, 유도하거나, 조작하거나, 답을 주는 개입이 아니라, 결정하는 과정의 바람직한 순서를 제시하고 적절한 질문을 통하여 혹시 빠뜨릴 수 있는 고려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 개입을 말하는 것이다.
그 개입이 퍼실리테이션 개입인 지, 유사 퍼실리테이션 개입인 지는 퍼실리테이터의 '중립성'에서 판가름이 난다. 퍼실리테이터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어떤 의견에 동조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중립을 잃은 것이 된다. 이 경우 누군가 그것을 퍼실리테이션이라 부른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짜일 뿐이다.
"우리가 또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할까요?"
"A 측면을 많이 다루었는데, B 측면에서는 어떤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까요?"
"이렇게 결정한다면 그 결정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요?"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퍼실리테이터는 질문을 통하여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개입을 하는 것이고 이 때 퍼실리테이터의 머리 속에 어떤 좋은 것을 정해 놓고 그 방향으로 유도해간다면 그 것은 조작이지 퍼실리테이션을 했다고 할 수 없다.
3. 중립의 유용성
리더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것은 참여자는 현명한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답을 미리 정해 놓고 그렇게 따라와 주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을 보통 설득이라고 한다. 설득이 용이하지 않으면 리더들은 답답해 하고 구성원을 불신하여 바보들이라 생각하고 벌을 주고, 책망하고, 훈계하고 싶어진다.
리더들은 참여자들이 실제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그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 참여자 또는 구성원 책임이라고 생각한 것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들로 하여금 현명한 결정에 대하여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 결정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고, 그 실행은 어떤 결과물과 그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input -> output -> outcome -> impact). 리더의 성급한 결정(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한 결정)이 결정은 되었으나 추진은 되지 않는 일이 되거나, 추진은 되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없는 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리더들이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네거티브 효과, 갈등, 실패로 이어진 사례가 무수히 많다.
이에 대한 대안이 중립자로서의 리더십 즉 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고 그들이 해결하고 결정하도록 함으로서 결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같게 하고 그 결정을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부여한다. 이를 이름하여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 부른다.
4. 유사 퍼실리테이션
참여자 또는 구성원을
- 설득하는 것
- 훈계하는 것
- 계몽하는 것
- 가르치는 것
- 지도하는 것
- 설명하는 것
- 세뇌하는 것
- 교육하는 것
- 훈육하는 것
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결론을 정해 놓고 그리로 유도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더더욱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누군가 퍼실리테이션이라고 말을 하면서 위의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퍼실리테이션을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퍼실리테이션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 위의 것을 그것을 배운다면 그것은 티칭, 컨설팅, 코칭, 카운셀링, 디렉팅, 조작 등을 배우는 것이지 퍼실리테이션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5. 맺음
사람들이 어떤 자리에 모여 있는 것 만으로 그 것을 진정한 참여라고 부를 수 없다. 참여자들이 결정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였을 때 그것을 진정한 참여라고 말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그 과정을 돕는 것을 말한다.
포스트잇을 사용하고, 작은 모둠으로 자리를 배치하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퍼실리테이션이라고 말할 수 없다.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은 진행자 또는 리더가 중립을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하였다면 그들 퍼실리테이터라고 부를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의 기술이요, 반영의 기술이다. 퍼실리테이션이 없이는 자치도, 공동체도, 조직도 제대로 자라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