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 학습

[펌] [오픈백과] 퍼실리테이션과 유사 퍼실리테이션의 구분

더디맨 2016. 1. 3. 17:40

 최근 들어 퍼실리테이션이 새로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소통의 기술인 퍼실리테이션이 널리 알려지고 활용되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에 편승하여 이름만 배껴 쓴 유사 퍼실리테이션 또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퍼실리테이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그 유용한 상황에서 조차 실제 퍼실리테이션을 행하지 못하고 유사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여 일을 그릇치는 일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하여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린다.
 
 
1. 퍼실리테이터의 믿음
 
퍼실리테이션은 리더 또는 전문가가 아닌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여자 또는 조직의 구성원이 능력이 모자라다거나 이기적인 존재로서 싸움만 하는 사람이어서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는다면 퍼실리테이션이 설 땅은 없다.
 
이 경우에는 참여자 또는 구성원을 계몽하고, 치료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답을 주고 그렇게 따르도록 지도하는 것이 맞다. 이 때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지도(코칭), 지시, 컨설팅, 티칭, 훈계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퍼실리테이션를 필요로 할 때는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현명하게 해결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할 때이다. 이 때 리더는 그들을 가르칠 필요도, 정답을 제시할 필요도, 훈계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중립자의 위치에서 지원해 줄 뿐이다. 그들은 신뢰하지 않는다면 리더는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가르치거나 답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2. 개입과 중립성
 
참여자와 구성원을 믿는다는 것이 그냥 두면 스스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퍼실리테이터(또는 퍼실리테이션 하는 리더)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 때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은 가르치거나, 유도하거나, 조작하거나, 답을 주는 개입이 아니라, 결정하는 과정의 바람직한 순서를 제시하고 적절한 질문을 통하여 혹시 빠뜨릴 수 있는 고려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돕는 개입을 말하는 것이다.
 
그 개입이 퍼실리테이션 개입인 지, 유사 퍼실리테이션 개입인 지는 퍼실리테이터의 '중립성'에서 판가름이 난다. 퍼실리테이터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어떤 의견에 동조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중립을 잃은 것이 된다. 이 경우 누군가 그것을 퍼실리테이션이라 부른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짜일 뿐이다.
 
"우리가 또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할까요?"
"A 측면을 많이 다루었는데, B 측면에서는 어떤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할까요?"
"이렇게 결정한다면 그 결정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요?"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퍼실리테이터는 질문을 통하여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개입을 하는 것이고 이 때 퍼실리테이터의 머리 속에 어떤 좋은 것을 정해 놓고 그 방향으로 유도해간다면 그 것은 조작이지 퍼실리테이션을 했다고 할 수 없다.
 
 
3. 중립의 유용성
 
리더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것은 참여자는 현명한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답을 미리 정해 놓고 그렇게 따라와 주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을 보통 설득이라고 한다. 설득이 용이하지 않으면 리더들은 답답해 하고 구성원을 불신하여 바보들이라 생각하고 벌을 주고, 책망하고, 훈계하고 싶어진다.
 
리더들은 참여자들이 실제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그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 참여자 또는 구성원 책임이라고 생각한 것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들로 하여금 현명한 결정에 대하여 생각조차 해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 결정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고, 그 실행은 어떤 결과물과 그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input -> output -> outcome -> impact). 리더의 성급한 결정(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한 결정)이 결정은 되었으나 추진은 되지 않는 일이 되거나, 추진은 되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없는 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리더들이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네거티브 효과, 갈등, 실패로 이어진 사례가 무수히 많다.
 
이에 대한 대안이 중립자로서의 리더십 즉 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자 또는 구성원이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고 그들이 해결하고 결정하도록 함으로서 결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같게 하고 그 결정을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부여한다. 이를 이름하여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 부른다.
 
 
4. 유사 퍼실리테이션
 
참여자 또는 구성원을 
  

  • 설득하는 것
  • 훈계하는 것
  • 계몽하는 것
  • 가르치는 것
  • 지도하는 것
  • 설명하는 것
  • 세뇌하는 것
  • 교육하는 것
  • 훈육하는 것

 
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교육에 퍼실리테이션 기술을 접목하여 참여식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경우, 교육자가 교육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여기에는 갈등해결, 의사결정은 중요한 퍼실리테이션의 영역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참여식 교육을 퍼실리테이션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론을 정해 놓고 그리로 유도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더더욱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누군가 퍼실리테이션이라고 말을 하면서 위의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퍼실리테이션을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퍼실리테이션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 위의 것을 그것을 배운다면 그것은 티칭, 컨설팅, 코칭, 카운셀링, 디렉팅, 조작 등을 배우는 것이지 퍼실리테이션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5. 맺음
 
사람들이 어떤 자리에 모여 있는 것 만으로 그 것을 진정한 참여라고 부를 수 없다. 참여자들이 결정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였을 때 그것을 진정한 참여라고 말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그 과정을 돕는 것을 말한다.
 
포스트잇을 사용하고, 작은 모둠으로 자리를 배치하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퍼실리테이션이라고 말할 수 없다.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은 진행자 또는 리더가 중립을 지켰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하였다면 그들 퍼실리테이터라고 부를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참여의 기술이요, 반영의 기술이다. 퍼실리테이션이 없이는 자치도, 공동체도, 조직도 제대로 자라나기 어렵다.




구기욱 CPF
국제공인퍼실리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