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 경험

[실행] 2016 전주 시민원탁회의

더디맨 2016. 5. 25. 19:44
Again 1963 
다시 시민의 힘으로!

  

전주 시민원탁회의에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였다.

각계각층 약 500명 규모 전주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대회로 벌써 3번째 개최를 하고 있어서인지 꽤나

짜임새있는 준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워낙 대규모의 인원이다보니 필요한 퍼실리테이터 수도 70여명....
전주, 완주를 포함한 인근의 FT를 모두 섭외해도
여의치가 않아 타 지역에 있는 FT에게도 지원 요청을

하게 된 것이라 한다.

특별히 이번 주제는
1963년 신축 이래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된
전주 종합경기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수렴의 장이었다.

약 2년여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에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니 이번 원탁회의가 그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메인 퍼실리테이터님의 말에 따르면 
통상 이런 행사에는 일부 인원동원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자발적인 참여자의 비중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한다.

짧은 시간, 토의에 적합하지 않은 여건과 환경이지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느냐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시발점이 되는 회의이므로
일단의 기탄없이 의견을 표출하도록 조성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신뢰를 다지는 것이
어쩌면 이번 퍼실리테이션의
주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사전회의 시간보다
약 1시간 전에 종합경기장에 도착하여 조금 여유가 있었다.
경기장과 회의장소, 그리고 주변을 찬찬히 돌아 보았다.

 

경기장 입구에 전시해 놓은 사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함이 전해져 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운동장,
얼마나 많은 전주시민들의 발길이 스쳐 간 곳일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며
왠지 오늘 수행해야 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이
무게감 있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테이블은 약 50여개로 10명의 인원이 배정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참석하신 분은 명단에 없는 분도 있고, 더러는 불참하셔서 
우리 테이블에는 6분이 참석을 하셨다.

 

전체 행사는 축하공연과 전주시장 발언 등 순서가 있었으므로
실제 퍼실리테이션이 적용되는 토론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시장님 말씀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그 마저도 매우 촉박하게 진행해야 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
전주시 전속(?) 비보이팀의 무대공연
메인 퍼실리테이터의 토론진행 설명

김승수 전주시장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과
오프닝으로 사용된 홍보영상은 개인적으로 볼 때 매우 설득력이 있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퍼실리테이션 측면에서 본다면
시장의 개인적인 의도가 너무 강하게 반영될 소지를 안고 있었고
너무도 구체적인 종합경기장 개발계획 - 사견이라고 전제는 하였지만 - 은
오히려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행히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메인 퍼실리테이터는 명확하게 그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사실상 100명 이상의 대규모 토론대회의 경우,
메인 퍼실리테이터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단계별 진행은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하겠지만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역동과 상황변화 속에서의
융통성있는 대응은 오롯이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몫인 것이다.




작년에 충남 사회적기업 300인 원탁회의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조금은 심적인 부담이 덜 하였던 것 같다.
라포형성에 미숙하여 촉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일찌감치 테이블에 자리하고 앉아
한 분 한 분 오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교감을 나눈 덕택에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분위기 형성이 이루어 졌던 것 같다.

단지,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발산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원탁회의는 전체 인원(500여명)의 의견이 현장에서 집계되고
시민들의 뜻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직접 확인시킴으로서 향후에 이어질 토론들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테이블에서 이루어진 작은 수렴과 신속한 정리가 중요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30여분 만에 이루어진 의견도출, 그룹핑 그리고 집계는
곧바로 구글독스를 통해 집계되었고
그 결과를 무대 스크린을 통해 메인 퍼실리테이터가 발표하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낸 의견들이
전체의 의견 속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 2년 동안 이어질 수 많은 토론의 실마리가
충분히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간 전주 종합경기장...
왕복 4시간이 넘는 운전에, 저녁식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전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음은 기뻤고 오히려 힘이 났다.

비록 '맛보기' 정도의 수준이긴 하지만
내가 소망했던 그 삶을 '경험'하였고
'이렇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마음 속에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소중한 경험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