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이해

MBTI에 대한 단상

더디맨 2016. 1. 4. 15:28

오래 전에 VOX에 올라왔던 글인데 요즘 다시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모양이다.

MBTI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보면 일반인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줄 소지가 있을 듯 하여 몇 자 적어 본다. 


http://www.vox.com/2014/7/15/5881947/myers-briggs-personality-test-meaningless

(원문 링크)

Why the Myers-Briggs test is totally meaningless


https://medium.com/@devunt/mbti-1784d0abc5e2#.iq7gtshyk

(국문 해석본 링크)

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MBTI 검사는 왜 완전히 무의미한가.



이 글의 요지(결론)은 일단 'MBTI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이다.

"단지, 기분 좋게 하고 잠시 즐거운 정도의 의미 밖에는 없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채용에 사용하고 있으므로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는 것이고

이는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또한

.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기초한 것이고,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점

. 이항선택은 잘못된 방식이며, 긍정적이고 좋은 말 만으로 서술되어 있는 점

. 일관성이 없고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므로 부정확하다는 등의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논리적인 반박을 할 재간도 없고,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으며,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MBTI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분들이 본다면 약간의 오해를 가질 듯 하여

비록 일천하지만 나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그저 몇 가지 관점에서 나름대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 뿐이다.


1. MBTI는 자기보고식 심리유형검사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본인 스스로가 작위적인 검사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검사를 한 두 번 해 본 사람이라면 93개 문항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있을테고 예를들어 ENTJ(지도자형)가 좋다면 인위적인 답변을

   통해 검사결과를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MBTI는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또는 피검사자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맘대로 조작이 가능하고, 일관성이 없고, 굳이 안 해 봐도 뻔히 결과를 알 수 있는 그런 검사를 왜 돈주고 하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1차적인 목적은 '나' 자신은 제대로 '이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면 나를 용서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남을 판단하고 이해하려 하기 전에 우선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2. MBTI가 완벽한 검사는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결코 MBTI 하나 만으로 성격유형을 규정지을 수 없다. 그래서 통상 다른 검사와 병행하여 실시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더우기 특수한 목적의 심리검사를 원한다면 MMPI 등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MBTI는 비진단검사로서 어떤 능력이나 정도를 측정해 주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MBTI는 나의 '선호경향'이 어떠한지를 나자신에게 솔직하게 묻고 답하는 것이다.

   그 목적은 서 언급했듯이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선호경향'의 뜻을 먼저 숙지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가령 손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경우 오른손잡이라고 할지라도 왼손쓰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을 본다.

   당연히 필체가 훌륭하지 못하고 매우 불편함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좀 더 편안하고 사용하기 쉬운 심리경향이 무엇인지를 가려 보자는 것이지 결코 어떤 성향이 우수하고 어떤 성향은 열등한지,

   또 어느 정도로 강한지 혹은 약한지를 판단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3. MBTI를 적절한 직업을 선택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기업에서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MBTI를 공부하면서도 몇 번이고 강조해서 들은 말이다. MBTI를 직업이나 직무적성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다.

  효율성 측면에서 약간의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정한 직무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에 관계된 것이지, 심리유형에 기인하는 측면은 미미하다는 말이다.


  한 사람이 질문을 하였다. 

  "MBTI 유형 중에서 어떤 유형이 공부를 잘하나요?"

  그 대답은 이렇다.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공부를 잘 합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보편화된 이유 중 하나는 시중에 떠도는 MBTI 16가지 유형을 간략하게 상징적으로 그려 놓은 도표 때문인 듯

  하다. 16가지 유형을 한 단어로 표현해 놓아 어찌보면 쉽게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은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INTJ(과학자형)는 과학자에 어울릴 것 같고, ENTJ(지도자형)은 정치인이나 CEO가 맞는 직업이라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는 뜻이다.


4. MBTI는 심리학 기초가 없다?


   MBTI는 융의 심리유형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도구이다.

   Myers 와 Briggs 가 조금 덧 붙였다고 해서 융의 이론이 훼손당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심리학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융은 집단심리학의 대가이며, 프로이드를 극복한 심리학자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심리학

   이론에 따라 극복될 수는 있겠지만 융의 이론이 심리학의 기초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런 류의 비난은 대중 속에 친밀하게 파고든 심리유형론을 시기한 심리학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닐까 한다.


   심리학을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학문적 깊이가 적을지 모르겠지만 MBTI를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의 이해하는 기초적인 도구로 활용한

   다면 그 유용성은 충분하며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심리학적 지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5. MBTI는 16개 유형으로만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유형이 16가지라는 뜻이지 모든 사람을 16가지 유형의 틀로 규정짓는 것은 아니다.

   통상 Form M 을 활용한 검사를 통해서는 16가지 유형으로만 분류되지만 Form Q 로 검사하면 보다 다양한 유형이 드러난다.

   또한 16가지 유형이 아무리 어떠 어떠한 심리적 경향을 설명하여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유형은 본인의 유형이 아니며,

   실제 세부적인 상황에 놓이면 모두가 조금씩은 다른 경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16가지 유형에 대한 설명은 자신을 이해하는데 - 본인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 - 사용되어야지

   타인을 판단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배웠다.


   앞서 '선호경향'을 설명하면서도 언급했지만 한 개인은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모든 성향을 다 발휘할 수가 있다.

   단,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다. 또한 그 성향도 경우에 따라서 각기 다르다는 점을 절대 간과하면 안된다.

   실제로 MBTI 강의를 들어보면 한 개인은 절대 16가지 유형으로 규정지워질 수 없다고 배운다.



두서없이 글을 쓰다보니 조금 횡설수설한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결론은 너무 악의적인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본인은 MBTI 절대 추종자는 아니다. 

단지 MBTI 덕분에 자신을 많이 이해하게 되고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그래서 MBTI 강의를 열심히 수강한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사람을 이해 - 그 대상을 검사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닌 - 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