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이재연교수 인(IN) 심리학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
심리학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독일어로 ‘질투심’, ‘쌤통’, ‘고소함’ 등의 뜻입니다. ‘샤덴(schaden)'은 ’고통‘, ’손실‘, ’피해‘를 뜻합니다. 그리고 ’프로이데(freude)‘는 ’환희‘나 ’기쁨‘을 뜻합니다. 고통과 환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 둘의 의미는 ’남의 고통‘과 ’나의 쾌감‘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리를 말합니다. 나의 고통이 남에게 환희가 아닙니다. 분명 타인이 고통스럽고 피해를 입었을 때, 내 안에서 기쁨과 환희가 생기는 심리를 말합니다.
2013년에 미국 켄터키 대학교 심리학과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교수가 자신의 책 ‘고통의 기쁨: 질투심 그리고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The joy of pain: Schadenfreude and the dark side of human nature)'이 2015년 12월에 ’쌤통의 심리학(현암사)‘으로 번역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인 ’샤덴프로이데‘ 심리를 처음으로 거론했습니다.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비교심리는 늘 우리 내면을 괴롭힙니다. ‘학교출신’으로 ‘직장월급’으로 ‘반려자의 스펙’으로 ‘자녀의 성적’으로 비교하고 또 비교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안에서 ‘질투심’이 커집니다. 남이 낮아져야 내가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국 ‘샤덴프로이데’ 감정이 자주 생기고 커지는 것은 타인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입니다.
살면서 나 자신의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힘과 타인의 행복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은 ‘자존감’에서 옵니다. 반대로 내 자신의 행복을 바라보지 못하는 ‘눈 먼’ 상태와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어두운 마음’의 상태는 결국 스스로를 꾸미고 단단한 가면을 씌우게 됩니다.
‘행복’이 나 자신의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기준이 되는 순간 이러한 심리는 심해집니다. 타인의 상태로 나를 결정하기 때문에 내 안에 나를 바라볼 기회가 없어집니다. 타인의 행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나는 불행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그대로의 나인데도 상대가 높아지면 나는 낮아져야 균형이 맞는 거라고 ‘인지적 불균형’을 스스로가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열등감’ 심리가 강하게 자리 잡게 됩니다.
2003년 권석만 교수님이 쓴 ‘현대 이상심리학(학지사)’ 책의 322페이지에는 ‘연극성 성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에 대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각별한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우울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 경쟁심, 강한 분노를 느낀다.‘
가면으로 ‘나(I)'를 감추고 연극하듯 살아가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친밀한 대인관계를 가진 것처럼 보여주지만, 가면을 벗고 혼자 있을 때는 ’우울‘과 ’열등감‘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두 얼굴이 아닌 내 얼굴을 찾아야 합니다. 내면에서는 울고, 겉으로는 웃는 척하는 ’스마일 마스크‘를 벗어 버려야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웃음(smile)'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과 다른 하나는 마음에도 없는 웃음입니다. 첫 번째 진짜 웃음은 ‘뒤센 웃음(Deuchenne smile)'이라고 합니다. 18세기 프랑스 신경심리학자인 기욤 뒤센(Guillaume Duchenne)이 발견했다고 해서 붙여진 웃음입니다. 기용 뒤센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웃음을 발견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눈꺼풀(eyelid)을 닫을 수 있게 만드는 근육이 있습니다. 이 근육을 '안륜근(Orbicularis oculi muscle)'이라고 합니다. 이 안륜근을 사용해서 웃을 때는 ’진짜 웃음‘이라서 눈이 많이 감기게 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세계 최초로 1978년에 사람 얼굴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서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FACS: Facial Action Coding System)'을 만들어낸 심리분석가인 폴 에크만(Paul Ekman) 박사가 기욤 뒤센을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42개의 얼굴 근육으로 19가지나 다양한 미소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중 진짜 미소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이 단 한 가지 진짜 미소에는 기욤 뒤센이 이미 발견했던 ’안륜근‘이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 안에 ‘행복’이 생겨나면 타인을 먼저 보려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우선 바라보게 됩니다. 남을 보고 웃는 것이 아니라 눈이 감기면서 나 자체가 웃음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행복한 척 할 때는 남을 보면서 웃기 때문에 눈이 감기지 않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서 웃음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짓 웃음과 거짓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소유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거짓 웃음을 ‘팬 아메리칸 스마일(Pan-America smile)’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광고에 출연했던 승무원들의 웃음을 빗대면서 생겨난 말입니다. 1959년에 팬 아메리칸 항공사는 보잉 707 비행기의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내 보냈던 광고에서 승무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 아닌 광고를 위한 웃음을 보여주면서 생겨난 말입니다. 이렇게 거짓 웃음인 팬 아메리칸 스마일의 특징은 ‘안륜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눈이 감기지 않은 채 웃기 때문에 가식으로 보이게 됩니다.
아무리 가면을 많이 써도 눈은 가릴 수가 없습니다.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또한 남의 상처를 자신의 기쁨(=샤덴프로이데)으로 여기는 사람은 겉으로 마음껏 웃고는 있지만 모두 거짓 웃음뿐일 것입니다. 평생 진짜 웃음을 단 한 번도 짓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안에 나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해야 합니다.
1960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대처 켈트너(Dacher Keltner) 교수와 리안 하커(LeeAnne Harker) 교수는 'Expressions of Positive Emotion in Women's College Yearbook Pictures and Their Relationship to Personality and Life Outcomes Across Adulthood(여자대학교 졸업 사진에서 긍정적 감정의 표현과 그들의 성격과 성인시기를 거친 삶의 결과와의 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밀스여자대학교 졸업생 141명의 졸업사진을 연구했습니다. 사진에서 ‘안륜근’을 사용한 진짜 웃음인 ‘뒤센 웃음’을 지었던 학생들은 69명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30년간 이루어졌습니다. 졸업한지 5년 뒤인 27세 때, 졸업한 지 25년 후인 47세 때, 마지막으로 졸업한 지 30년 후인 52세 때 그들의 결혼생활을 조사한 결과 가짜 웃음의 학생들보다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내 안에 ‘나(I)'가 있는지 늘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기력한 웃음으로 살아가는 척하는 나 자신을 깨우게 됩니다. 내 안에 나(I)가 잠에서 깨어나야 일어나서 걷고, 뛰고, 달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진짜 웃음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이재연(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세종시 휴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