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이해

[펌] 이재연교수 부모상담 : 패턴 깨기(pattern interrupt)

더디맨 2016. 2. 16. 14:04
자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패턴 깨기(pattern interrupt)'를 해야한다. 이 용어는 심리학에서 상대방의 내적 패턴, 심리적 패턴을 깨트려서 행동이나 말을 하게하는 기법을 말한다.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 말과 행동의 상황에 불편해 한다. 그 이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부모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그 속에 숨은 의미가 어떤 건지 잘 알고 있고 때문이다. 즉 부모와 자녀 모두가 익숙한 틀에 갖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자녀들이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볼 수 있도록 '예기치 못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기법은 '사춘기'와 같이 인생에서 꼭 거쳐야하는 사춘기 자녀들의 퉁명스럽고 거리를 두고자 하는 거친 말과 행동을 고치고 새로운 길로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 패턴 깨기를 사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사춘기 자녀: 요즘 힘들어. 말걸지마 엄마.

부모: 몇 층이야? (패턴 깨기)

사춘기 자녀: 어? 몇 층이냐고? 뭔 말이야?

부모: 힘들다고 해서 몇 층에 서 있는지 물어 본거야. 혹시라도 창밖으로 몸을 던지면 죽을지 아니면 뼈만 다칠지 궁금해서.

사춘기 자녀: (웃으며) 에이~^^ 그 정도는 아냐~

부모: 이제야 대화를 해 주는 구나. 고마워~

이것은 아주 현실적인 패턴 깨기 대화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 스스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 화부터 내거나 명령하듯 말해서 강압을 한다. 그래야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있는 자녀가 사춘기라는 무기로 공격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녀와 멀어지고 서로 간에 새워진 벽은 더 높고 단단해 진다. 나중에 벽을 허물기에는 늦어버린다. 

대부분의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를 하면서 골치 아프고 화가 나도 뭔가 색다른 대화의 변화를 줄 생각을 하지 못한다. 부모의 마음 속에 사춘기 자녀의 날카로운 말에 찔리지 않기 위해 오히려 선제 공격 하는 것만 배웠지 반대로 건강하게 방어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할 다른 무기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바탕 신경질만 부리는 자녀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 부모들은 생각해 봐야한다. 일어나기 싫어서 짜증내는 자녀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작은 패턴 깨기가 대화를 하게 만든다. 성적표 들고 오는 날에 부모가 케잌을 사와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미리 당겨서 하는 생일파티같은 패턴 깨기, 물 마시려고 나온 자녀에게 이젠 다 컷으니까 물말고 엄마아빠랑 커피 한 잔 할까라는 패턴 깨기가 자존감을 새워준다. 

우리 부모들은 언제든 패턴 깨기를 활용할 수 있다. 그것도 자주 재미있게. 오늘부터 사춘기에 접어드는 혹은 사춘기 한 가운데 있는 자녀에게 독특한 말과 행동을 시도해보면, 오히려 부모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춘기를 기준으로 멀어지는 부모가 될지, 다가가는 부모가 될지는 부모 스스로의 패턴 깨기에 달려 있다.

심리학에서는 표상 체계(representational system)라는 용어가 있다. 개인이 선호하는 단어들을 의미한다. 표상 체계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시각, 청각, 신체감각.

시각(visual), 청각(auditory), 신체감각(kinesthetic)을 이용해서 자녀와 대화를 해야한다.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는 생식기 즉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터다. 나와 타인이 아니라 나와 나를 보는 타인으로 인지의 변화를 가진다. 이런 시기에 자녀와의 대화에서 '시각적인 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 "멋진 관점이네", "옷 잘 어울리네", "옷 색깔이 잘 맞네", "오호 그런 것도 볼 줄 아는구나"처럼 시각적인 대화를 나눠야한다. 이런 자녀는 집과 방의 색깔이나 디자인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자녀가 좋아하는 시각적인 대화를 통해 소통을 시도하면 좋다.

그리고 청각적인 대화를 해야한다. "지금 한 말 괜찮게 들리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이런 자녀는 음악을 좋아하고 소리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라고 여러번 말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바꿔가면서 미리 틀어주는 것도 좋은 청각적인 대화기술이다.

신체감각적인 대화를 해야한다. 촉각이나 감각적 대화를 하는 자녀들이기 때문에 직설적이면서 명확한 대화를 선호한다. "핵심을 잘 짚어서 말하네", "설명이 쉽고 간결하네", "내 맘에 쏙 들게 말하네", "확실하게 전달하게 말하네"와 같은 칭찬과 신체감각적인 대화를 해야한다.

이렇게 자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자녀와의 대화에서 심리적 갈등과 혼란을 피해버리거나 부모 스스로의 감각을 둔화시켜 '편향(deflection)'적 대화를 지속하게 된다. 즉 부모 스스로의 관심도 외면하고 자녀의 관심도 외면한다. 오직 제3자 가 원하는 것을 대화하게 된다. 또 사회가 원하는 대화를 하게된다. 이런 편향적 대화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무의미한 대화가된다.

미국의 작가 프랜 레보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말하기의 반대는 듣는 것이 아니다. 말하기의 반대는 기다리는 것이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자녀의 경청 속도와 말하는 속도 사이에 격차가 점점 커질 수록 간격이 커져서 집중력이 흐려지고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녀의 경청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부모는 자녀를 서투른 경청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좋아하는 시각, 청각, 신체감각을 잘 파악한 후, 경청 속도를 맞춰 대화를 이어가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박자를 맞춰 따라오게 된다. 

아이들은 원래 신체회복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반대로 정신회복력은 부족하다. 

2006년에 미국 소아 정신과 전문의인 브루스 페리(Bruce Perry)와 과학,건강 전문 저널리스트인 마이아 샬라비츠(Maia Szalaviz)가 쓴 '개로 길러진 아이(The boy who has raised as a dog)' 책에는 유아기 트라우마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성인'으로 자란다고 밝히고 있다.

수 많은 동물 실험에서 유아기 스트레스 경험이 지속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뇌의 구조와 화학 반응에 영구적 손상이 남아 이후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관찰되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같은 모습이 드러난다. 

성인의 예를 보면, 군대에서 몸과 마음의 트라우마를 겪은 군인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 수면 장애, 비현실감, 극단적 불안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들의 경우, 가난, 폭력, 성적 학대, 혼란과 방임이 뇌형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성인이 되어서 우울증과 집중력 결핍과 같은 증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유아기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은 부모가 되어 자신들도 모르게 가해자가 된다. 아픔을 가진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때 '결정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자녀 양육에 대해 '잘못을 하면 혼나야하고, 조절이 안되면 매를 맞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폭력과 같은 유해 행동에 대해 최선의 결정에 무의식적으로 이르지 못하게된다.

어려서 학대경험이 아이양육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하면, 부모 당사자들은 '학대 항변(abuse excuse)'을 이제야 하게 된다. 이 학대 항변이란 어려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현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항변이다. 

이런 부모는 주의력결핍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와 적대적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의 대화를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거나 자녀가 결정한 말과 행동에 화를 내거나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의 모든 모습에서 자신이 어려서 받았던 트라우마를 무의식적으로 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항'하는 것이다. 1000억개에 달하는 신경 세포에 저장되어 있는 유년기의 경험은 시도때도 없이 자극을 한다. 

뇌와 문제점의 연결을 보면, 수면과 주의력은 뇌간, 사회성과 관계 형성 문제점은 대뇌 변연계, 언어 능력은 대뇌 피질과 관계되어 있다. 이처럼 뇌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완벽한 설명이 가능하다. 

어찌되었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사용 의존성(use-dependence)이다. 사용 의존성이란 안쓰는 근육은 약해지고, 많이 쓰는 근육은 강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즉 감정과 생각도 스트레스 회복력과 분노 회복력을 자주 사용하다보면 강해진다. 현재 자기가 가장 크게 놀람 반응(startle reaction)을 가장 강하게 하는 것을 잘 분석해 봐야 한다. 그것이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늘 나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예민해 졌다는 것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의 틀에 갖혀 있는 것과 같다.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가족이 건강하고, 정신회복력이 강한 가족이 될 수 있다. 

살면 살 수록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라는 말이 가장 와닫게 된다. 자녀도 어렵고 반려자도 어렵고 부모도 어렵고 친구도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낮에는 웃지만 저녁에는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혼자 있거나 외로울 때 '왜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하고 견디지 못할 때 정신회복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를 옥죄는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고 정신회복력을 높이려면 트라우마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사'와 '긍정'의 말을 크고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스스로에게 표현해야 한다. 트라우마만 제거하다보면 숨쉴 틈 없는 송곳 같은 일상에서 또다른 트라우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정신이 탈진해버린다.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절대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재연(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출처 : [심리학 그리고 생각] 네이버 카페 http://me2.do/xwiMV2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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