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맨의 유래 [2편]
'더디맨'이라는 닉네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인 듯 하다.
SNS 아니, 조금 폭넓게 표현하자면 '사이버'활동을 시작한 것은
모뎀 소리가 찌익찌익거리던 90년대
소위 BBS 를 통해 입문하였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3강 구도를 깨고 탄생한
유니텔 홈피를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여전히 별 의미없는
dudy ~
그런데... 두둥~
누군가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소위 '미국통'이었고 늘 외국 친구들과 회의나 업무를 하였었다.
당시는 나 역시도 SCM 매니저로서 외국친구들과 주기적인 미팅을 가질 때였다.
"너 아이디가 dud가 뭐냐?"
"그 뜻이 뭔지 알아? '똥"이야! '쓸모없는 것' 뭐 이런거라구~"
"미국애들한테 이걸로 메일 보냈던거야?? 헐~~~"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느낌!!!
또 한가지 문제는 발음에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dudy 또는 duddy 를 '더디'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두디?"
"두디맨?"
"두디맨이 뭐야???"
졸지에 없어 보이는 몰골~~
'더디맨'과 '두디맨'은 어감 상으로 하늘과 땅 차이다. ㅠㅠ
..................
한 동안 심각하게 닉네임을 버릴까 고민을 하다가....
업무 변경으로 외국애들과도 안 놀게되고,
또 한편으로 '느린 삶'에 대한 화두에 매료되기도 했던 때라
교묘하게 한글로만 "더디맨"이라고 애용(?)하면서
지금가지 명맥을 유지해 오기에 이르른다. ㅠㅠ
사실 본인은
닉네임과는 다르게 결코 '더디지' 않다.
성격도 급한 편이고,
판단도, 결정도 빠르다.
머리 속에서 판단이 내려지면
행동도 빠르다.
걸음도 빠른 편이고, 말도 빠르다.
우물쭈물, 느려터진 것을 정말 참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많은 '상실'을 경험하였다.
나이가 반 백을 넘어가니 인생의 지혜라는 것도 더러 생각하게 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더디가는 "더디맨" 이고 싶다.
똥이라 해도 좋고,
하찮은 존재라 타박해도 괘념치 않는다.
천천히 가되...
옳은 길,
좁은 길,
유일한 그 길로
진리를 아는 자들과
함께 가는
더디맨이고 싶다.
ps. 그래서 로고에 그려져 있는 사람은 뛰는 모습도, 성큼성큼 걷는 모습도 아닌
외투를 벗어 손에 들고 한가하게 저 앞을 향해 걷는 모습인 것이다.~ㅋ (언제나 꿈보다 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