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유

[나에게 묻는 질문] 왜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더디맨 2016. 6. 22. 14:40


 질문1 : 왜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나에게 있어 그 날은 정말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은 날이었다.

2015년 1월말 어느 저녁… 

아내가 이런 말을 하였다. 

"인생 후반전의 삶은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다 자기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서 찾는 게 좋데" 

아내는 정말 오랜만에 아들의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을 만나고 왔고, 그 선생님의 말을 내게 전해 준 것이었다.

- 당시 아내는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교분이 많았다. 

어느덧 50세를 넘기고 인생의 후반전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부부의 관심사는 늘 그것이었고, 

또래 지인들과 만나도 항상 창업, 전원주택, 노후대책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던 터 였다.


사실 그다지 특별한 말은 아니었다. 누구나 한번 쯤 해보았을법한 지극히 상식적인 말… 

그러나 아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정말 가슴 깊이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 평소에는 아내의 말을 잘 귀담아 듣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내 머리 속에 떠 올린 단어가 있었다.


"퍼실리테이터"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그 단어가 왜 그 순간에 떠올랐는지는 지금도 불가사의하기만 하다. 

내가 처음으로 그 단어를 들은 것은 1990년대 후반(당시 나는 과장 초임시절?)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미국코닝과의 합작회사로서 종종 해외 사이트에 있는 엔지니어들과 컨퍼런스가 열리곤 했었다. 

한번은 미국, 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에 있는 엔지니어가 모이는 기술교류회에 참여한 일이 있는데 

내가 참여한 세션에는 50세는 됨직한 일본인 매니저 한 분이 진행을 하고 있었다.  

Documentation 과 Presentation 에 있어서는 사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정평이 나 있던 나였지만 

그 분의 세션진행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스마트할 수가 있을까?" 

"처음보는 사람들과 함께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저런 결론들을 이끌어 낼 수가 있지?" 

그 날의 흥분과 감동을 감추지 못해 행사가 끝난 후 당시 나의 보스였던 임원 - 훗날 이 회사의 CEO가 되신 분 - 에게 

감회를 얘기했더니 그런 사람을 "퍼실리테이터"라고 부른다는 말씀을 해 주셨었다.


처음듣는 생소한 단어 Facilitator….


아직은 인터넷에 영어로 된 외국의 몇몇 콘텐츠가 전부였던 시절이라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의 실력으로는 궁금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도서관에 가서 여러 책이라도 뒤졌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럴 정도의 여력도 없었고, 그 정도까지 열정을 내고 싶지는 않은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그 단어는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진 듯 하였다.


그런데 아내에게 그 말을 들은 순간 다시금 그 단어를 떠 올리게 된 것이었다. 

그 다음날 당장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단어의 정의는 물론 각종 관련 포스트가 넘쳐 나도록 있었다. 그리고 한국퍼실리테이터 협회라는 사이트도 있고…. 

그 중에 유독 눈에 들어 왔던 것은 쿠퍼실리테이션이라는 곳에서 개최하는 교육 "이니셔티브"였다. 

만만치 않은 금액(90여만원)에 3일간의 교육이라서 휴가를 내서 수강해야 할 판이지만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신청을 하고 결재를 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물밀듯 터져나오는 기대와 흥분… 

"나도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다"

"퍼실리테이터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함께 나를 휘감는 느낌이었다.



 질문2 : 그래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근 30여년 간 오직 샐러리맨으로서 살아 온 나의 삶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내세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통상 회사 내에서도 전문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누구는 '영업통'이니. '재무통'이니, '기획통'이니 심지어 '미국통', '일본통'도 있고 

기술직종에서도 나름대로 전문영역이 있어 마치 박사급처럼 대우받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지만 

기계학과를 졸업해서는 입사 초기부터 전혀 관련도 없는 생산계획, 관리, 기획(전문적이지 않은), 혁신 등 

온갖 다양한 JOB과 부서를 전전하며 살아 온 나에게 그런 수식어가 달려 있을리 만무하였다. 


후회도 많았고 정말이지 스스로 원망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삶의 여정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학시절 그리고 사회 초년병 시절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의 지향점은 바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였다. 

주위의 누구와 이야기를 해봐도 - 특히나 이공계 분야에서는 더욱 더 - 당시로서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야 한다는

말 밖에는 들리지 않던 그 시절에 나는 개념조차 불명확한 '제네럴리스트'를 마음 속에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셜리스트냐? 제네럴리스트냐?]

http://duddyman.tistory.com/50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개념이 바로 퍼실리테이터 였던 것 같다. 

이처럼 나의 삶에 있어 퍼실리테이션은 뿌리가 깊다. 


때문에 30여년 직장생활은 파란의 연속일 수 밖에 없었고,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덩그러니 이상만을 부여 잡고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다보니 방황과 좌절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엣날사진1]

http://blog.naver.com/duddyman/100011025825


그런데 이제 내가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다니…. 

퍼실리테이션을 공부할 수 있다니…. 

나의 꿈이 '철없는 생각'이 아니라 바람직하고 또 추구해야 할 마땅한 그 무엇이라니… 또 그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다니  

마치 내가 긴 터널 속을 빠져 나온 느낌, 당장 하늘에라도 날아 오를 듯한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돕는 삶"


최근 5년여 사이에 만들어진 나의 꿈은 바로 그러하다. 

사실 10여년 전 죽음의 기로, 인생의 파탄기를 맞기 전까지의 나의 꿈은 대다수 사람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 임원이 되는 것, 노후에는 골프나 치고 해외여행이나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부의 성공, 

자식을 번듯하게(명문대학, 유망직업) 키우는 것 등등 

그러나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낮아지는 훈련을 근 10여년간 지속하면서 

신앙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되었고 나름 진리를 깨달았다고 하는 최근에 들어서야 가지게 된 꿈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가진 게 별로 없다. 

경력도 지식도 부족하기 짝이 없고, 그 흔하디 흔한 라이센스도 내겐 전혀 없다. 

단지 가지고 있는 것은 퍼실리테이션적인 삶 뿐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퍼실리테이션 능력이 없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었지만 

최소한 그 삶을 이해하고 다가 갈 정도의 바탕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공부하고 체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베풀 수 있을 정도의 능력만 보유한다면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퍼실리테이션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퍼실리테이션 그 외에 다른 선택은 결코 있을 수 없음이다.


따라서 자격의 취득,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자격이란 단지 내가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증명이며, 

그리고 사람들의 불안과 의심을 제거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는 말이다. 


돈벌이의 목적도 아니다. 

물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앞으로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고 퍼실리테이터가 선망 직종이 될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심 바라는 바이긴 하지만 단지 그것은 나처럼 평범한 퍼실리테이터 - Top Class의 유능한 퍼실리테이터가 아닌 - 에게도 

충분한 기회와 적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구조적인 조건이 형성된 것이라는 정도의 의미 외에는 없다.



질문3 :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이미 나는 퍼실리테이터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새로운 명함을 만들면서 '퍼실리테이터'라는 직함(?)을 새겨 넣었다. 

허세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혹은 치기라는 조롱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시류에 따른 영업전략 쯤으로 치부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퍼실리테이터라고 지칭하는 것은 

이미 그러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는 그 삶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것이며, 

스스로의 다짐을 가시적으로 재확인하는 유용한 방편이라고 생각되어서이다.


1류 퍼실리테이터나 명망있는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정점에 서 계시거나, 나와 동문수학(?)하고 있는 다른 훌륭한 퍼실리테이터 분들과 경쟁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선천적으로 승부근성이 부족하고 경쟁을 유난히 싫어하는 성품 탓이기도 하거니와 

집중적인 노력을 퍼부어 무엇인가를 성취해내는 재능이 심히 부족한 까닭이다. 

그 분들의 경험과 지식은 그것이 성공요소이든 혹은 실패요소이든 나에게 있어 도움이 된다. 

그저 그 분들과 함께 같은 길을 걸어 갈 수 있다면 나에게는 행복이고 영광이다. 

오직 나에게 있어 동기부여자는 다른 경쟁자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며 또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 뿐이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오늘도 또 한 걸음을 내딛으며 나는 퍼실리테이션의 길을 걸어 간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다!!


"Facilitation is not just a skill, It is the way of life. 

And it’s Long-term Journey."